작성일 : 04-03-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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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218.♡.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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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단결' 호소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열려, '정몽준 사죄, 비정규차별철폐' 요구
문형구 기자
울산에서 열린 전국노동자 대회는 현대중공업과 정몽준을 규탄하는 동시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총선과 탄핵사태 등 현 정국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그러나 정리집회가 끝날 무렵 현대중공업으로 들어가자는 일부 노동자들과 대책위 중앙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해 오늘, '단결'이 갖는 의미를 곱씹게 했다.
"나의 손 높이 솟구쳐 차별철폐를 외친다
쓰러진 또 하나의 동지를 보듬어 안고
가자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단결투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세상 꼭 찾아오리라"
△"박일수 열사의 투쟁과 죽음" ⓒ민중의소리
비정규직 차별철폐가와 함께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시작되었다.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 박일수 열사의 투쟁과 죽음을 재연한 퍼포먼스 는 1만여명의 집회참가자들을 숨죽이게 했고, 집회내내 다양한 공연이 이어져 2시간여의 집회가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첫번째 발언에 나선 이수호 위원장은 "열사의 죽음이 우리 가슴에 하나의 씨앗으로 떨어져 우리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임을 확실히 하기 전에는, 이대로는 박일수 열사를 묻을 수 없다"며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산화해간지 34년이 지났고, 세기가 바뀌었다. 지금 우리는 근로기준법 고치라고, 준수하라고, 노조를 인정하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구호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박일수 열사가 돌아가시고 한달간 열사의 싸늘한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하고, 그 여린 영혼을 편히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우리노동자들끼리 손가락질 하지 않았는지, 자본가의 음모속에 농락당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며 "우리의 적이 저 천박한 자본가임을 확실히 하자"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정규직 노동자는 허가된 노예,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냥 노예일 뿐"
이어 발언에 나선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는 먼저 "숭고한 박일수 동지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지난해 노동자, 농민, 노점상 등 아홉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며 "이 나라는 불량국가, 범죄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국노동자대회 ⓒ민중의소리
정광훈 대표는 "성질난다고 죽으면 안된다"며 "앞으로는 죽지말고 싸우자"고 호소한 뒤 "정규직 노동자는 허가된 노예,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냥 노예일 뿐 다 같은 노동자"라며 "둘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눈물의 씨앗인 신자유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이수호 위원장에 이어 다시금 단결을 외쳤다.
정 대표는 어제 저질러진 한-민의 탄핵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미국놈들이랑 똑같은 놈들이 똑같은 짓을 합니다. 핵탄두를 거꾸로 하면 탄핵. 이걸 국회에 수구세력이 날린거 아닙니까"라는 정광훈 상임대표의 익살에 참가자들은 시원하게 웃었다. 이어 "여러분이 만든 진보적 정당인 민주노동당, 노동자가 스스로 만든 정당을 찍지 않으면 말이 되느냐"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선대위원장도 어제의 탄핵사태에 대해 주로 얘기했다. "보수 정치권들은 온 국민을 불안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친노냐 반노냐, 친한나라냐 반한나라냐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생은 완전히 제쳐놓고 온 국민을 협박해서 볼모로 몰아넣고 있는 보수정치권은 민중의 눈으로 보면 한통속"이라고 덧붙였다.
천 위원장은 또 "우리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내모는데 여야가 따로 없었고, 이나라 농업을 팔아먹은 FTA에 여야가 따로 없었고, 노예특구법 경제특구법이 처리될 때 여야, 개혁수구, 386이고 구분없었다"며 진보정당과 보수정치권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오늘 집회에는 몇몇 지역농민회도 참석했는데 이들은 투쟁기금으로 써달라며 쌀 다섯가마를 가져오기도 했다.
전농의 강기갑 부의장도 "총선을 앞두고 위기를 느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으면 자기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쿠데타를 한 것이며 열우당은 국민들의 표가 자기들에게 몰릴것이라고 예상하고 오히려 쿠데타를 조장했다"며 "민중이 주역이 되는 정치판을 이뤄보자"고 말했다.
"정몽준은 사죄하라"
이날 집회에는 고 박일수 씨의 유족인 박진아씨와 함께 어제 공개활동을 선언한 사내하청노조원 박규영, 김태형씨도 발언에 나서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나를 짓누르고 있던 부끄러운 굴레를 벗어나 정말 후련하다"며 "지금은 비록 힘이 없고 자본의 공세에 당하고 있지만 반드시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노동자대회 본집회의 마무리 발언은 '박일수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이헌구 위원장의 "이 대회를 통해 이제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가 하나되는 원년이 되게 하자"였다.
"정몽준은 사죄하라"
본집회가 끝난 5시무렵부터 참가자들은 일산해수욕장에서 출발해 현대중공업 일산문, 전하문을 지나 정문까지 행진을 벌였다. 2시간 가까이 행진이 진행될 때, 거리 곳곳에서 퇴근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집회대오를 바라보곤 했다. 일산문과 전하문, 정문은 경찰버스로 모두 봉쇄되어 있었으며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운 전투경찰들은 현대중공업 내부에 들어가 있었다.
또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중 많은 수가 퇴근을 못하고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반강제적으로 '회사를 지키라'고 하는 현대중공업 사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행진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행진대오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현대중공업 정문 역시 경찰들에 의해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었다. 행진대오는 정리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차별 화형식' 등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한편, 집회가 모두 끝날 무렵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등 일부는 '왜 싸움을 안하느냐'며 대책위와 민주노총 지도부에 항의를 했다. 이미 일산문과 전하문을 지나올 때 몸싸움 등을 벌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었던 뒤였다. 때문에 정문에서도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자 이들은 대책위 등 주최측과 다소간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문을 지키고 있는 경찰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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