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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7 00:31
[기고] "국가는 잇따른 의문의 죽음을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쓴이 : 삼성일반노조
조회 : 5,003  
"국가는 잇따른 의문의 죽음을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기고] 근로복지공단의 백혈병 산재 인정 결정을 앞두고
기사입력 2009-04-16 오후 2:54:00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다 같은 백혈병은 얻은 사람이 알려진 것만 20명에 이르고 10여 명이 사망한 일은 지난해 온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바로 삼성반도체 얘기다.

삼성반도체에서 열심히 일하다 젊은 나이에 백혈병을 얻어 아직도 투병 중인 5명이 낸 산업재해 인정 여부가 5월 초 결론이 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역학조사를 벌였고, 이 조사가 업무상 재해 인정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터에서 얻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사회 보장제도인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갈림길에 놓인 지금, 다시 한 번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조사 결과를 되짚어 봐야 하는 이유다.

역학조사 보고서는 삼성재벌에 면죄부를 줬다

산업안전공단은 2007년 6월 근로복지공단의 의뢰를 받아 1년 넘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지난해 12월 29일 나온 보고서였다. 이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는 삼성반도체는 잘못이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발생 통계학적 유의한 증거 없어", 삼성전자 "림프종 발병률, 평균치보다 낮아", 산안공단 역학조사, 반도체 산업 면죄부 논란,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공정 림프종 발병률 무관", 삼성반도체 백혈병과 관계없다…특정암 발병률은 5배 높아""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가 일반인보다 백혈병 발병률 낮다"등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산업안전공단이 삼성반도체에 면죄부를 준 꼴이었다.

그런데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두영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과 박정선 전 직업병연구센타소장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백혈병과 림프종에 대해 질문이 이어지자 박정선 전 소장은 "림프조혈기계 암이란 제일 큰 덩어리고 그 안에 림프종과 백혈병이 포함되고 림프와 혈액은 조혈모세포라는 출발점이 같다"고 말했다.

박두영 전 원장 역시 "백혈병과 림프종은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느냐에 따라 림프종이 생길 수도 있고 백혈병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지 백혈병이나 림프종만 일으키는 발암 물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물론 이런 얘기는 보고서에도 보도자료에도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산업안전공단은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와 보도자료에서 통계적으로 "백혈병"은 낮고 여성노동자의 "림프종암 발병위험"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을까? 백혈병과 림프종이 마치 서로 다른 질병인 것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이 보고서는 누가 봐도 림프종 위험은 높으나 마치 삼성반도체와 백혈병은 무관한 것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 발표가 끝난 뒤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영했다. 이승백 삼성반도체 홍보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발병률이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역학조사에서도 반도체와 백혈병 발병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더욱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전문가들이 지난 1년 여간 정밀 조사한 역학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전적으로 존중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일부 단체의 과장된 주장에도 환자나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생각해 차마 반박조차 하지 못했으나, 이번 발표로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법적 책임을 넘어 도의적·인간적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림프종과 백혈병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결코 림프종과 백혈병은 다른 것이 아니다. 조혈모세포라는 출발점이 같다.

노동부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10일 노동부가 보고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발병 사건경위 및 대책"이라는 문건은 백혈병 발병자 9명과 악성림프종 3명을 모두 통틀어 백혈병 확인자 명단 12명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백혈병과 림프종은 모두 '조혈모세포'에서 기원하는 암임을 당연시 하였고 차별을 두지 않았다.

지난 2004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얻어 1년 후 사망한 고 황민웅 씨의 부인 정애정 씨도 남편의 치료 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항암제의 종류는 틀릴지는 모르지만 림프종이나 백혈병 치료기법은 같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역학조사보고서와 보도자료에서 마치 림프종과 백혈병이 다른 질병인 것처럼 분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백혈병과 림프종 등 의학적 상식이 별로 없는 국민과 언론을 이용해 삼성반도체에게 죄가 없다고 호도하기 위한 것 아닌지 의심될 뿐이다.

더구나 백혈병 발생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20년이 넘은 낡은 시설인 1, 2, 3라인 한 공정에서다. 고 이숙영 씨도, 고 황유미 씨도 모두 이 공정에서 일했다. 고 황민웅 씨는 1997년 입사해 5라인과 1라인 Back-Lap공정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어 숨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삼성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조사도 겉핥기 식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산업안전공단은 비호지킨 림프종에 걸린 사람들의 면단을 공개하고 당사자들에게 산재 신청을 하도록 노동부가 독려해야 한다.

삼성반도체 측도 유족들과 피해 노동자에게 거짓말과 회유를 중단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삼성은 백혈병의 산업재해 인정을 막기 위해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돈과 힘을 앞세워 로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가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자꾸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이유를 국민 앞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치료 중인 백혈병 피해 노동자와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 그리고 그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길이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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