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미궁에 빠져있는 삼성에스디아이(SDI) 노동자 위치추적 사건을 두고 세번째 고소가 제기돼 검찰이 이번에는 수사 의지를 가지고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일반노조는 이번에는 제보를 근거로 ‘용의자’ 3명을 특정하고 성의있는 수사를 촉구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 증거가 확인돼 당시 휴대전화 불법복제 등을 주도한 인사담당 실무자 3명을 특정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세 번째 고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제보자를 통해 휴대전화 복제와 위치 추적 과정,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구체적으로 고소하는데도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위치추적을 벌인 이로 당시 삼성에스디아이와 삼성전자, 에스원의 중간간부 3명을 지목했다.
이 사건은 2004년 7월, 노조를 결성하려던 삼성에스디아이 전·현직 노동자 등 11명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당했다”며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등을 고소하며 불거졌다. ‘관리 대상’이던 삼성에스디아이와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누군가 이미 숨진 사람 명의의 복제된 휴대전화로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한 뒤 자신들의 위치를 추적해 온 사실을 알게 됐다. 삼성 노동자들은 노무관리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사쪽에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삼성일반노조는 2004년 두 차례 고소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동통신 대리점 등을 조사하고도 “위치 추적한 사실은 맞지만,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며 ‘누군가’에 대해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삼성일반노조는 2008년 3월에는 새로운 증언을 바탕으로 수사재기 신청을 했다. 삼성 비리 의혹을 폭로한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가 “구조본 인사팀장이 나에게 삼성 쪽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위치추적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발언 내용만으로는 재수사할 수 없다”며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김종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검찰이 성명불상이라 제대로 수사를 못했다고 했는데 이제는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