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5-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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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무산된 삼성노조설립(한겨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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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삼성일반노조
조회 : 5,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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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일반노동조합위원장 한겨레왜냐면(기고글)■
★또다시 무산된 삼성노조설립(한겨레`왜냐면`)
★또다시 무산된 삼성 노조 설립
지난 3월25일 호텔신라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한 뒤 행방이 묘연하고 연락이 끊겼다. 나아가 신고필증이 교부되기 하루 전날인 27일 서울 중구청에 설립신고를 했던 노동조합 임원들에 의해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자진 취하되었다. 그러나 노조설립 신고를 취하한 노조 임원들과의 연락은 계속 끊어진 상태고, 기자들이 이들의 집을 방문했지만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만 전해졌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 구조조정실과 호텔신라 쪽에 의해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신고보다 40분 먼저 서울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가 되었다.
왜 유독 삼성계열사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은 이렇듯 어려운 것일까
삼성 쪽은 20여년 전부터 노동자들의 노조설립 신고서 제출 이전에 ‘서류노조, 유령노조’를 먼저 설립 신고해 노조설립 자체를 막아 왔다. 설립 신고서 제출 이후에는 면담을 빙자한 납치와 감금을 통해 노조 간부들이 스스로 노조설립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추측도 끊이질 않았다. 결국 삼성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조설립은 복수노조 금지조항으로 인해 실패하거나 회유와 협박으로 끝내 무산돼 왔다.
왜일까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호텔신라 노조간부들은 소재불명이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들도 삼성노조를 설립하려 했던 ‘선배들’처럼 회사와 면담을 빙자한 감금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가. 왜 자진 취하를 했는지 해명도 없이 당사자들은 삼성그룹과 호텔신라에 의해 문제사원으로 매도되고 있다. 아니면 애초부터 불순한 의도가 있었기에 더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는 것인가
호텔신라 노조설립의 실패는 결코 일회성 촌극이 아니다. 무노조 경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그룹은 수십년 동안 치밀한 감시와 로비를 펼쳐왔다. 1999년12월에는 수원 삼성에스디아이(전관), 노조설립 관련자들을 일본으로 납치해서 감금했고, 2000년3월에는 부산 삼성에스디아이 사내기업인 명성전자 노동조합 설립 관련 노동자를 납치해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같은 해 5월에는 서울 삼성에스원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미행, 감시, 납치까지 했고, 결국 20분 먼저 유령노조를 설립해 노동자들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삼성그룹의 노조설립 방해작전은 계열사뿐 아니라 사내하청업체, 헙력업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돼 왔다. 2000년 10월에는 삼성코닝 사내기업인 아텍엔지니어링에서 5분 먼저 유령노조가 설립되고, 2001년 8월에는 삼성캐피탈 노조설립 관련 임원 납치사건이 일어났다.
2002년 7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아르네삼성전자에서는 노동자들이 정복 경찰관 2명을 대동하고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려 했음에도 어이없게도 서류를 강탈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삼성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을 통해 삼성재벌의 무노조 역사는 수십년 동안 유지돼 왔다. 언론과 검·경은 무노조 신화의 공모자들이었다. 삼성 노동자 탄압에 대해 언론은 침묵하였고, 경찰과 검찰은 납치·감금에 대해 무혐의 처리로 삼성재벌을 비호했다.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무수한 고소, 고발도 헛수고였다. 심지어 노동계조차 노조건설 실패가 당연하다는(?) 듯 침묵하여 온 것 아닌가!
삼성재벌의 무노조 정책이 유지되는 이유는 재벌총수의 의지에 따라 계열사 차원이 아닌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온갖 탄압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족벌세습 경영이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를 자손대대로 지키기 위해 그룹 전체의 총력을 동원해 노조설립을 막고 있다.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을 위한 탄압은 노동자의 인권과 도덕성을 유린하는 범죄행위다. 사회가 이를 방조하고 묵인하고 침묵하는 사이에 20년 동안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은 그 천박한 자본의 속성처럼 의기양양하고 부끄럼 없이 커왔다. 그리고 새천년, 노무현 정권 초창기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 더 반사회적인 범죄행위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침묵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며 모든 분야에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재벌의 전근대적인 무노조 경영만은 여전히 개혁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없이 자행되는 삼성재벌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 침묵만 할 것인가.
김성환/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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