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5-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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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계영 [61.♡.52.214]
 조회 : 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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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의 전령
- 김성환 위원장에게 4 -
노형!
지난 5월 14, 15 양일은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남녘은 이미 여름의 짙은 녹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5월 영령들의 피는 여전히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의 가슴에 흐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老兄!
울산에 면회 가는 날, 날씨는 더없이 좋았으며 새로운 봄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노동자의 점심은 김밥으로 간단히 끝내고 차는 남으로 달렸습니다. 수원은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바람이 부는데도 3월 중순의 남쪽은 봄의 전령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겨울은 완강하지만 들판에 뾰족이 올라오는 풀들이 겨울과는 색깔을 달리하고 있고, 싹이 돋지 않은 나무들도 푸른빛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흙은 봄의 물기를 머금고, 생명의 소리를 나직이 내며 새로운 계절의 격류가 서서히 준비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는 것입니다.
차창으로 스치는 여린 풀에서 나오는 빛과 냄새, 아지랑이를 품은 들녘, 진달래, 개나리, 소나무, 전나무에서 들리는 아주 미세한 물소리, 그리고 땅을 뚫고 하늘을 향해 솟아나는 온갖 雜草들의 생명의 고동소리, 봄의 살색을 띤 방죽 물, 봄 가뭄에 목마른 낙동강을 적시는 실핏줄 같은 개울물 흐르는 소리, 이러한 봄의 몸짓 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풀과 꽃과 나무는 어느 날 갑자기 봄을 맞는 것 같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면을 돌아보면 불현듯 생각나고 문득 깨달아 보니 봄이 오고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그럴 뿐일 것입니다.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하고 자신이 본 것만이 전부인 것으로 그저 스쳐 지나 버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물은 대지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봄의 빛과 소리와 색깔을 아주 조금씩 드러냅니다.
노형!
서서히 오는 봄의 전령과 같이 대자본의 목줄을 죄는 노동해방의 전령사는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많은 이들이 대자본과의 싸움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고개를 돌리고 있고, 민주노총은 한 차례 격동으로 큰 혼란 속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절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새로운 각오와 새로운 눈으로 현상을 직시하므로서 민주노조의 전령,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어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할 것입니다.
또 삼성의 무노조 경영도 老兄의 대찬 투쟁으로 대지에 스미어 서서히 오는 봄과 같이 서서히, 아주 조금씩이나마 무너져 내리고 있을 것이며 그것이 확연히 드러날 때에는 삼성과 자본가는 노동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하얀색과 빨간색 국화를 심고 탐스런 꽃 피우기 위해 온갖 精誠을 다하면 老兄이 바라는 민주노조의 전령이 오지 않겠습니까?
노형!
나에게는 힘이 없지만 老兄의 苦痛을 덜어 줄 수 있게 일순간이라도 老兄의 苦痛이 내 것이 되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내내 건강하기 바랍니다.
2005년 5월 17일
이 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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