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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6-12 13:10
[re] 조선일보가 삼성노조에 불지르는 까닭은?(기사내용)
 글쓴이 : 사원 [61.♡.67.205]
조회 : 4,021  
내용이 없어서 다시 올립니다


삼성SDI 사원이 회사에 불 지른 까닭은?


 
안녕하세요, 울산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부 영남취재팀 김학찬 기자입니다. 이메일클럽을 통해선 처음 인사드립니다.
제가 전해드릴 얘기는 지난 5일 발생한 삼성SDI 부산공장 사원 방화사건 뒷얘기 입니다.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사원들이 승용차를 몰고 회사 본관건물로 돌진, 차량에 불을 질러 하마터면 본관건물이 대형화재에 휩싸일 뻔했던 사건입니다.

삼성SDI는 브라운관과 LCD, VFD 모니터를 생산하는 업체로 기술력과 시장점유율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입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 부산공장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본부사업장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고, 실제 공장 위치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차량으로 불과 5분 거리에 있고, 행정구역상으로는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에 속해 있습니다.

보도를 통해 아시는 분도 일부 있겠지만, 당시 상황을 재정리해가며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5일 오전 11시30분쯤 삼성SDI 부산공장에서 이 회사 사원 4명이 승용차 2대에 나눠 탄 채 회사 본관 유리출입문으로 돌진한 뒤 차량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차량의 불은 이내 본관 1층 전시실로 옮겨붙어 하마터면 대형화재로 번질뻔 했구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십명의 사원들이 자욱한 연기를 뚫고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치러졌던 이 회사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결과에 대한 불만때문입니다. 2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 선거에서 패배한 현 위원장측 참모들이 “회사측이 현 위원장을 도와주지 않고 상대 후보를 지원했기 때문에 패했다”며 불만을 품고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독자분들 상당수가 ‘선거에 패했다고, 회사에 불까지 지르나?’하는 다소 의아한 생각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회사관계자들 또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악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이해하기 위해선 삼성의 독특한 노사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삼성그룹은 노조 대신 수년전부터 ‘노사협의회’라는 노사관리시스템을 도입, 사원들의 각종 불만을 걸러내고, 사원복지 혜택을 베풀고 있습니다. “노사관리에 관한한 국내 어느 기업보다 선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삼성의 노하우는 바로 이 노사협의회 시스템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얘기합니다.

이 같은 노사협의회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배려는 각별합니다. 경영진들은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경영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원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일하는 파트너”라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실제로도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각 단위 공장의 공장장과 사실상 동격의 예우를 받습니다. 삼성SDI의 노사담당 실무간부는 “회사가 할 일을 노사협의회가 알아서 해 주고 있고, 노조가 있는 회사보다 실제 경비면에서도 20~30%가 절감되기 때문에 회사로서도 이익”이라고 말하더군요.

삼성SDI의 경우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각종 공식행사에서 공장장과 나란히 좌석이 배치됩니다. 인사말 등 발언순서도 공장장 바로 다음입니다. 공장장은 거의 매일 위원장과 티타임(Tea-Time)을 갖고, 사원복리후생과 경영상황에 대한 견해를 나누며, 매월 한 차례이상 공식적인 경영상황 브리핑을 받습니다. 노사위원장이 사원들간의 간담회, 단합대회, 체육대회 등 사원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모든 돈은 회사가 비용처리해줍니다. 사원대표로서 공장장 부럽지 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셈이지요.

이번 방화사건은 이같은 노사협의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2년에 한번씩 치러지는 선거 결과가 발단이 됐습니다. 위원장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선거 때마다 공장내 이러저러한 사원조직들간에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격렬한 표싸움이 벌어집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SDI 부산공장에서는 5일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 이틀 앞서 3일 모두 32명의 분임위원을 선출했습니다. 분임위원은 노조의 대의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들의 간접선거로 노사협의회 위원장이 선출됩니다. 현 위원장 등 2명의 위원장 후보는 분임위원 선거가 끝나자 마자 자신들을 지지하는 분임위원들을 보름여전부터 부산 해운대와 경북 경주에 차려놓았던 선거캠프로 즉각 소집했습니다.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한 분임위원은 “소집되기 직전부터 핸드폰을 반납하는 등 사실상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됐다”고 말하더군요. 지지표 단속을 위해 상대후보측의 회유공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보안대책인 것이지요. 회사측에서도 선거 분위기가 워낙 살벌하다보니 2~3일간의 무단 결근은 아예 눈감아 주고 있는 형편이구요.

마침내 5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현 위원장측은 분임위원 소집결과 등을 토대로 자신들이 근소하나마 앞선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노사담당자들도 “대체로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결과는 현 위원장측이 32명의 분임위원중13표를 얻어, 18표(기권 1표)를 얻은 상대후보에게 패했습니다.

본격적인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현 위원장측 참모들은 선거 패배가 확정되자, 회사 인근 통도사 부근 버섯전골 음식점에서 긴급 모임을 가졌습니다. ‘예상외의 패배’에 분통을 터트리며 술기운과 함께 흥분이 고조돼가던 참모들 중 일부가 “이번 선거 패배는 회사측의 부당한 선거개입 때문”이라며 “회사측을 응징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잠시후 갤로퍼와 프린스 승용차에 각각 2명씩 나눠 탄 4명의 참모들이 차량을 몰고 회사본관으로 돌진해버렸습니다.

경찰조사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사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들 차량에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휘발유가 실려있었고, 방화 후에는 역시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낫 1자루와 곡갱이 3자루를 휘두르며 20여분간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들은 불이 나자 긴급출동한 소방차 운전자를 위협, 한 때 소방차까지 탈취하기도 하는 등 기세 등등했지만, 만취에 가까울 만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바람에 자신들에게 옮겨붙은 불을 끄느라 허둥대는 사이 이 회사 안전요원들에게 제압당했습니다.

결국 소동을 일으킨 사원 중 3명이 2~3도 화상을 당해 2명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2~4주)를 받고 있고, 화상이 경미했던 1명은 방화범으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구속수감돼 있습니다. 나머지 1명은 사건 직후 달아나 현재 잠적중이구요. 입원치료중인 2명도 치료가 끝나는대로 구속수감될 처지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이 회사 경영진과 노사담당자들의 충격은 대단합니다. 한 간부는 ‘창업이후 50년 만의 최악의 대사건’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동안 노사협의회측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칠 때마다 회사측이 쉬쉬하며 수습해주는 등 지나치게 관대했던 때문”이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 때문에 삼성SDI 부산공장측은 “이번 만큼은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누차 강조하더군요. 사고 직후 경찰에 즉각 수사를 의뢰한 것도 같은 맥락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부 분임위원을 회사측이 매수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김모 위원장이 현 위원장보다 강성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회사가 지원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펄쩍 뛰며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자세입니다.

사건 직후 연대투쟁 여부를 검토했던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 울산 노동계도 “현장에서 수백명의 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화를 하고, 난동을 저지른 ‘현행범’인 셈인데,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우세해 사건에 말려들기를 꺼려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삼성의 노사협의회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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