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6-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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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11.♡.11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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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노동자 집단분신기도사건 확산
노조측 "언론, '방화범' 몰아 사건 왜곡"
[현장/해설] '회사의 노사협의회 선거 개입 여부' 등 쟁점 정리
윤성효/박수원 기자
<제3신:7일 오후 1시30분>
울산지역 노동단체, '공동대책위' 구성 논의
▲ 부산 침례병원에 입원중인 임아무개씨는 양쪽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삼성SDI 울산 언양공장에서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와 관련해 노동자 4명이 집단으로 분신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울산지역 노동단체 등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 공동대책위원회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를 비롯해, 삼성일반노조,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와 몇몇 시민단체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 시민단체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삼성SDI의 노동탄압 실상이 드러난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서부경찰서는 4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건조물방화혐의를 적용,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아무개씨가 입원 중인 울산대병원 병실 입구에는 전경이 지키고 있으며, 임 아무개씨가 입원 중인 부산 침례병원에는 경찰 차량이 상주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7일 오전 삼성SDI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회사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회사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이미지 등에 있어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 "언론 왜곡보도 한다" 지적
삼성SDI 집단분신기도 노동자들은 몇몇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 www.samsunggroupunion.org)와 해고자 송수근(http://say.pe.ky)씨는 사건 이틀만인 7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의 홈페이지에 “사건의 진실을 밝힌다”는 내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언론에서 입원 중인 삼성SDI 노사협의회 위원들이 의식을 찾기도 전에 방화범으로 몰았다”며, “여론을 통한 선동을 해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 방송의 보도내용을 언급하면서, “기사내용에는 4명의 노사협의위원들의 현재상황이나 본인인 당사자의 얘기는 물론 인터뷰를 한 동료의 얘기는 아예 삭제를 하고 회사와 회사직원의 일방적인 인터뷰내용만 기사화되었다”고 설명.
이들은 “언론은 4명의 노사협의회 위원들이 왜 목숨을 걸고 노동자탄압의 상징인 총무팀 관리동 로비로 돌진하였는지에 대한 진실은 은폐하고 방화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삼성일반노조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삼성SDI부산공장에서 일어난 노사위원들의 차량 충돌을 통한 노무관리에 대한 항의는 지난 세월동안 삼성재벌이 온갖 불법과 탈법을 통해 자행하였던 통제적노무관리가 그 한계에 이르렀고, 그 더러운 탄압이 썩고 고름이 되어 뒤 늦게 오늘에서야 터져 나온 것 뿐”이라며, “바로 이런 상황이 총무팀 로비를 쳐 박은 노사협의위원들의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라 설명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올해 2월 설립되었는데, 삼성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SDI 노동자 집단분신기도 사건이 발생하자 김성환 위원장 등은 노동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머물면서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 윤성효 기자
"일부러 승진시켜 위원자격 박탈"-"성적 우수해 정기인사 때 승진"
[근로자 4명 분신시도-노사 양측 쟁점사항 4가지 정리]
삼성SDI 울산 언양공장에서 노동자 네 명이 승용차에 휘발유를 뿌리고 회사 건물에 돌진, 집단분신을 시도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노동자들은 “이번 노사협의회 위원과 위원장 선거에 회사가 개입했고, 노동탄압에 못이긴 나머지 항의의 뜻으로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자신들이 미는 후보가 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지자 불만을 품고 만취 상태에서 난동을 부린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SDI 노동자 4명 집단 분신시도 사건은 원인과 경과 등에 있어 노사간에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몇 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위원장선거 개입 여부] 삼성SDI에는 노조가 없고 대신 노사협의회가 있다. 노조의 대의원에 해당하는 노사협의회 분임위원은 총33명으로, 위원장은 이들 가운데서 뽑는다. 이번 위원장 선거에는 두 명이 출마했는데 선거 결과 전 위원장이 몇 표 차이로 떨어졌다. 해고자 송수근씨는 "이전 위원장에 대해 사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회사측에서 위원장을 통한 사원 관리가 어렵다고 보고 갈아치우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분임위원과 위원장 선거 과정에 회사가 과연 개입했는가. 분신을 시도했던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회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면서, 갖가지 정황과 증거를 제시했다. 박 아무개씨는 3년전 대리일 때 분임위원 선거에 나서 당선되었는데, 회사가 3개월만에 박씨를 과장으로 승진시켜 위원 자격을 박탈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아무개씨는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려면 면접을 보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면접도 응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승진시켰다”며 “이는 위원 중에 강성일 경우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한윤식 부장은 “근무 고과성적이 우수해 정기인사 때 승진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임 아무개씨는 이번에 분임위원 선거 전날인 6월 2일 상사로부터 “이번에는 당선되지 않을 것이니, 너무 낙심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회사에서 강성 이미지의 위원을 낙선시킨다는 전략을 세웠고, 그렇게 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에 이같은 말을 한 것”이라 말했다. 또 이들 노동자들은 “과장과 부장, 팀장, 상무 등은 수시로 선거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누구는 되어야 하고 누구는 되면 안된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
이에 대해 회사측인 삼성 울산지역협의회 사무국장 황영무씨는 “일반 선거에서도 누구나 견해를 밝히지 않나. 일반적인 현상으로 봐야지, 선거개입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단분신을 시도했던 노동자들은 “이해 당사자일 경우 선거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으며, 그런 말 자체가 선거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또 분신시도 노동자인 박 아무개씨는 “선거 전에 노사협의회회 부위원장단에서 회사의 개입을 차단해 달라는 요구를 여러 경로를 통해 했다”고 말했다. 또 임 아무개씨는 “회사 간부들이 친한 사람을 불러 누구는 찍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사례가 많았으며, 동아리 모임 등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회사측 한윤식 부장은 “관련 규정에서는 회사의 선거개입을 금지하고 있어 이를 지키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도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선거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한 부장은 또 “위원 선거 때부터 개입 사실이 있다면, 그 때부터 주장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가 위원장 선거가 끝난 후에 (분신시도를)한 것은 선거결과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4명 '만취상태'였나?] 회사 관계자들은 분신시도 노동자 4명이 승용차를 몰고 와서 건물을 들이받았을 때 만취상태였다고 말했다. 삼성 울산지역협의회 황영무 부장은 “통도사 밑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술을 먹고, 만취상태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는 술을 먹은 자체는 인정하지만, 만취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점심을 먹으면서 소주 한두 잔은 했다”고 말했고, 박씨는 “맥주 두 잔 정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을 때 이들을 응급처치했던 병원 관계자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화상을 입었기에 시끄러웠다. 화상 냄새는 났지만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면서, “혈액검사를 했지만 통상적인 검사이며 알콜성분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화'인가?] 회사와 경찰은 이들 노동자들이 회사 건물에 불을 지른, 즉 방화범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분신시도 노동자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문 아무개씨에 대해 건조물방화혐의로 7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나머지 2명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도 경찰병력을 배치해 감시하고 있으며, 소재가 불분명한 양 아무개씨를 찾고 있다. 경찰에 이어 회사도 이들이 방화를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분신시도 노동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갤로퍼와 프린스 승용차 2대에 2명씩 나눠 타고, 음식점과 회사 중간에 있는 주유소에서 휘발유 2통을 샀다. 양 아무개씨와 함께 탄 문 아무개씨는 주유소에서 프린스 뒷좌석에 휘발유를 부었는데, 주유소 직원이 이 장면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는 것.
병실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회사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하려면 왜 남들이 보는 벌건 대낮에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아무개씨는 “회사로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임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나 죽으러 간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죽기 위해 최고로 극단적인 방법인 분신을 시도한 것이지 건물 방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불이 난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앞차와 뒷차의 거리는 10미터 정도였으며, 두 대 모두 불이 났다. 앞차인 갤로퍼에 타고 있던 임, 박씨는 건물에 들이받은 뒤, 현관에 휘발유 통을 부으려는 순간에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차가 건물에 부닥치면서 스파크가 일어나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면서 "4명 중 누구도 불길을 당긴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폭력 여부]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양 아무개씨에 대한 회사 직원들의 폭력 여부도 논란이다. 양씨가 현재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씨와 전화통화를 한 해고자 송수근씨는 “직원들이 밧줄로 묶고 구타를 해, 개 취급하며 싣고 갔다”고 말했다. 또 송씨는 “당시 상황을 지켜본 많은 노동자들이 목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한윤식 부장은 “양씨가 낫을 들고 있었으며, 소방관조차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직원들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고, 난동을 부리기에 제압한다는 의미에서 옷과 끈으로 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부장은 “양씨를 회사에서 감금한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 목욕까지 시켜주며 달래주었다”고 말했다. / 윤성효 기자
▲ 울산대병원에 입원중인 박아무개씨는 얼굴과 팔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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