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6-0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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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 선거개입' 항의 삼성SDI 직원 4명
승용차에 휘발유 끼얹고 회사건물에 돌진
[현장/해설] 3명 중상, 1명은 행불...사측 "회사와 관련 없다"
윤성효/박수원 기자
▲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삼성SDI부산공장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지방공장에서 직원 4명이 승용차에 휘발유를 붓고 회사 노무담당 부서가 있는 사무실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 직후에 발생한데다 직원 4명이 죽음을 무릅쓰고 차량돌진을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사측의 선거개입에 대해 강력한 항의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진상, 배경 등은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직원 3명이 중상을 입어 이의 처리문제를 놓고 노사간에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6월 5일 오전 10시께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삼성SDI 부산공장에서는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삼성SDI는 노조는 없지만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뽑은 노사위원 33명이 간선으로 노사협의회 위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이날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는 두 명이 후보로 출마해 경선으로 진행됐다.
사건은 선거가 끝나고 기존 노사협의회 위원장이 아닌 신임 노사협의회 위원장이 당선된 직후 벌어졌다. 선거가 끝난 후 오전 11시 30분께 노사위원인 문 아무개씨, 임 아무개씨, 박 아무개씨, 양 아무개씨 등 4명은 갤로퍼와 프린스 승용차에 각각 2명씩 나눠 타고 노무 부서가 입주한 삼성SDI 관리동 정문을 향해 돌진했다.
이들은 승용차 안에 휘발유를 붓고 돌진하는 바람에 차량이 관리동 정문에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이 가운데 3명은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부상을 당한 3명은 얼굴과 가슴, 다리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고 현재 울산대병원과 동강병원, 부산 침례병원에 분산 입원되어 있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양 아무개씨는 사건 직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승용차 두 대 관리동 향해 돌진
그렇다면 대형사고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이들 4명이 승용차에 휘발유를 붓고 회사 관리동을 향해 돌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 5일 발생한 사고로 다리에 화상을 입은 임아무개씨. 임씨는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2003 오마이뉴스 윤성효
주변에서는 이들 4명이 죽음을 무릅쓴 행동을 한 이유가 회사측이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해고자인 송수근씨는 "4명은 오래 전부터 회사로부터 탄압을 받아 온 데다 새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회사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감정이 폭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수근씨는 사고 직후 사라진 양씨와의 두 차례 통화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첫 통화에서 양씨는 송수근씨에게 "4년 동안 회사가 이용만 해 먹었다.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이제부터는 해고자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는 것.
양씨는 사건 발생 직후인 낮12시쯤 두 번째 통화에서도 "울분을 삭이지 못하겠다. 회사가 너무 조직적으로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면서 비슷한 내용을 송씨에게 전달했다.
이와 함께 송수근씨는 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승용차가 돌진한 이후에 불이 붙은 차에서 나온 양씨가 항의를 하자, 회사 직원들이 나와 구타를 하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들었다."
이외에도 사고가 나자 회사측에서는 가족을 통해 회사가 요구하는 병원에 입원할 것을 회유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5일 두 차례 3명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회사측 관계자들이 찾아오기도 했으며, 삼성SDI 해고자를 비롯한 부산과 울산지역의 '전국 해고자 원직복직투쟁위원회' 회원들이 병실을 지키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 SDI 노사협의회 위원장에 출마한 2명 가운데 누가 더 노동자 편인지는 대해서 딱히 말할 수 없지만 회사가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회유하거나 특별대우를 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가 노-노 갈등으로 사건을 몰고 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4명 가운데 3명은 부상을 입었고, 1명은 행방을 알 수 없어 왜 이들이 이같은 상황을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두 사람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대답은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말뿐이었다.
삼성SDI 회사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4명은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를 저지른 것"이라며, "4명은 전직 노사협의회 위원장이 당선되기를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회사는 "위원장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출마했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이 없다"면서 "노사협의회는 단지 협상의 파트너일 뿐이지 어떤 특혜를 주거나 회사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중립을 강조했다.
사고 당사자인 양씨가 행방불명된 것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우리도 그 사람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SDI는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에 이 사건 조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 직원 4명이 왜 사고를 일으켰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건물을 향해 돌진할 만큼 이들이 '뭔가'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2003/06/06 오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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