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먹튀자본이 발단’ 주장 감안 지부장만 실형, 21명은 집유

지난해 대량 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인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해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 1심보다 가벼운 벌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쌍용차의 위기가 소위 ‘먹튀자본’으로 불리는 상하이자동차로부터 불거졌고, 회사가 정리해고를 고수하는 동안 노조원들은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인욱 부장판사)는 9일 한상균 전 쌍용차 노조지부장(48)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다른 노조원 21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3년을 선고하되 집행유예형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한 전 지부장을 비롯해 8명의 노조 간부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노조원들의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쌍용차 노조원들은 사측의 정당한 권리인 정리해고 자체를 부정했고 상해행위가 충분히 예상될 만한 상황에서 집단행동을 독려했다”며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의 테두리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업의 책임과 그로 인해 빚어진 문제를 모두 노조원들에게 돌릴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를 인수한 상하이차가 투자 약속은 지키지 않은 채 기술만 유출시키는 등 소위 ‘먹튀자본’의 행태를 보인 것이 쌍용차 경영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한 노조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용차 경영진의 해고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생산직의 45%를 구조조정하면서 노조와 잘 협의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리해고라는 경직된 입장만 고수했다”며 “반면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총고용을 유지하는 방법 등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고, 임금을 담보로 연구기술자금 마련을 제안하는 등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한번 해고되면 비슷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 실직에 대비한 사회보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는 노조원들의 주장은 과장된 구호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