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노협>주간노동정세동향 78호(8/2)

[노조의 각종 회의, 모임시 돌려읽고 토론합니다]

□노동소식:1)대리운전기사의 억울한 죽음 2)경기도 김상곤 교육감 무죄

□ 노동관련법 : 헌재, 전교조 명단 공개금지 결정 정당

□ 노동시론 : 최저임금투쟁, 서울 밤하늘에서 별 찾기

○ 붙임자료 : 노동문제와 역동적 복지국가론

□ 노동소식 :1)대리운전기사의 억울한 죽음

얼마 전 한 대리운전 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국가는 뭐했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대리운전 기사가 술에 취한 고객의 차를 대신 몰다가 운전을 못한다는 이유로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내쫓긴 뒤 그 차에 치여 즉사했지만 유족들은 지금껏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리운전 기사는 업체로부터 출·퇴근, 근무태도 전반에 대한 지시를 받는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고(계약해지)된다. 그래서 고객의 무리한 요구에 제대로 항의하기 어렵다. 주로 야간에 운전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노조를 결성해도 법적인 인정을 받지 못한다. 노동권은커녕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뿐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이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비정규직 안의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특수고용직종 역시 확대되고 그 종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바로 노동기본권과 기본적인 인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우리나라 보통의 국민들이다.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간병인, 보험모집인, 방송사 작가, 레미콘 기사, 화물차 지입기사 등 특수고용형태의 직종은 이제 모두 확인키 어려울 정도이다. 수십만에 달하는 특수고용직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을 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비정규직이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비정규직 안의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특수고용직종 역시 확대되고 그 종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바로 노동기본권과 기본적인 인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우리나라 보통의 국민들이다.

지난 17대 국회는 특수고용직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논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18대 국회 들어서는 특수고용직과 관련한 제도적 논의가 아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입법자들은 최소한 특수고용직이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매일노동뉴스)

2)경기도 김상곤 교육감 무죄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유상재 부장판사)는 27일 김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서 김 교육감은 직무를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김상곤 교육감의 징계의결에 관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한 판단이 합리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기관의 장은 검찰의 범죄처분결과통보서를 받더라도 충분한 조사를 거쳐 징계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재량권이 있다"면서 "경기교육청과 인천교육청 등을 조회한 결과 폭행과 도주차랑 등 범죄 처분에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은 상당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징계에 따른 공무원의 신분상 불이익읠 감안할 때, 또 징계 요구만으로도 대상자가 받을 불이익이 중대하고 생존권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비춰볼 때 징계의결 요구는 신속한 대응 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명백한 징계 사유'라는 검찰의 주장에도 "교사들의 시국선언 위법성에 대해 공무원법 위반인지 아니면 합법적 기본권 행사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과 의견이 분분하다"며 "특히 김 교육감이 유보 결정을 내릴 때에는 1심 무죄판결이 나오는 등 근거가 될 사법부 판단도 부족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에 대해 "학습현장에서 이뤄진 일이 아니라 학습권 침해라 보기 어렵고 직무 관련성도 경미하다"며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반사회적인 것도 아니었다. 각급법원은 유죄 판결을 하면서도 벌금형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오마이뉴스)

□ 노동관련법 : 헌재, 전교조 명단 공개금지 결정 정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전교조 회원명단 공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이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직무를 침해했다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특정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는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국회의원에게 독자적으로 부여한 권능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제한한다고 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 간에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권한의 침해가 문제될 때만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다툴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연합뉴스)

□ 노동시론(時論) : 최저임금투쟁, 서울 밤하늘에서 별 찾기

새벽 1시 40분. 강남 한복판 학동역 근처 서울세관 정문 앞. 언뜻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깜깜하지 않고 옅은 어둠이다. 그러다 별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여간해서 별을 보기 힘들다더니 역시 그랬다. 한두 개라도 찾아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딱히 당장 할 일도 없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목을 완전히 뒤로 젖히고 여기 저기 찾아보았다.

"1시 55분까지 나가지 않으면 고소하고 강제로 퇴거 시키겠습니다. 진짜 마지막 통보입니다."

관리과장이란 자의 찢어진 목소리 때문에 더 이상 별을 찾기 어려웠다. 서울세관 정문 안쪽에서 전경들과 마주보고 대치한 지 4시간 째. 대치상태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게기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모두 합해서 일곱 명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했다. 50대 후반의 여성 한 명을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 여태껏 자유롭게 드나들었는데 갑자기 왜 막느냐는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서울세관은 국가 중요시설입니다. 저녁에는 외부인은 물론 차량까지 모두 통제하고 있으니 나가주세요"

"우리는 서울세관에 볼 일이 없어요. 서울세관 건물 안에 있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가는 겁니다. 그 기관의 구성원인 근로자위원이 들어가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안에 다른 위원들이 있는 것을 알면서 왜 막습니까?"

서울세관 경비나 경찰들 모두 뻔히 알면서도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결정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근로자위원들이 안에서 농성하는 것을 방해할 의도였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그 이하로 임금을 주면 처벌받는 최저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다음 해의 최저임금을 전 해 6월 29일까지 결정하는데 그 결정기관이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의 결정은 전체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보통 근로자위원은 올리자는 입장이고 사용자위원은 올리지 말자는 입장이다. 작년에는 사용자위원들이 깎자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의 주도권은 공익위원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한다는 공익위원은 이름만 그러할 뿐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권 들어 노사위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관행을 깨고 공익위원을 노동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장이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노동계는 2011년 최저임금 시급 5,180원을 요구했는데 사용자단체는 동결안을 내놨다. 삭감안을 들고 나온 작년에 이어 동결안을 제시한 것에 근로자위원들은 분노했고 최임위 전원 회의가 끝난 후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런데 근로자위원 한명이 조합원들과 집회를 갖기 위해 정문 밖으로 나왔고 집회를 마친 후 다시 들어가려는 과정에서 경비들이 막아선 것이다.

"진짜 윗선에서 확실히 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하반기 G20 회의 앞두고 집회는 작은 것 까지 무조건 위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다네요"

"이명박은 지방선거에서 지고도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애. 그래도 작년까지는 최임위 안에서 근로자위원들이 농성하는 것 같고 시비 걸지는 않았는데 말야. 갈수록 더 하네."

결국 근로자위원은 정문 안쪽에 남고 나머지 여섯 명은 정문 밖으로 나오는 선에서 절충을 했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안팎으로 앉아서 근로자위원을 들여보내 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신문지 한 장 깔고 밤을 지새웠다. 한낮에는 찌는 듯이 더웠지만 한밤의 공기는 차가웠다. 힘있는 자들이 충분히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항의조차 짓밟히는 현실 때문이었을까 깜박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추웠다.

외제차 고급차가 넘쳐나는 강남의 한 복판. 노동계의 최저임금요구안 100%를 모두 관철한다 해도 저렇게 흔하게 지나다니는 승용차를 사려면 한 푼 쓰지 않고 몇 년을 일해야만 하는 현실이 참담했다. 한밤중인데도 불 꺼지지 않는 음식점들. 대낮같이 환한 거리를 술 취한 무리들이 우리를 힐끗거리며 지나간다. 야간조인데도 '내 일'이라며 최임위 앞 오후 집회에 나왔다가 저녁에 출근한 지하철 청소용역 아줌마 조합원은 피곤한 눈을 부벼 가며 지금 시간에도 일에 열중하겠지. 고달픈 인생의 무게로 어깨가 약간 쳐진 50대 후반 여성노동자의 하소연이 귓가에 맴돈다. '십 년을 넘게 주야로 일해도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받기 힘들어. 그마저 청소하는 것은 똑같은데 시간을 줄여서 임금을 깎으려고 하는 판이야. 진짜 지들이 한 번 이렇게 살아봐야 하는데.'

갑자기 기어코 별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하늘을 올려 보았다. 눈에 힘을 주고 어둠을 노려보았다. 왜곡된 현실에 대한 분노의 활을 겨누는 심정이었다. 처음에는 도시 불빛에 젖은 어슴프레한 하늘만 보였다. 그래도 조금 더 집중했다. 희미하지만 두세 개의 별이 보였다. 마치 멀리 있는 희미한 과녁처럼. 한번 보이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목이 아픈 것도 잠시 잊었다. 많이 찾아내면 찾아낼수록 그만큼 최저임금을 많이 올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아 희멀건 하늘을 샅샅이 뒤졌다. 6월4일 한밤, 아니 6월5일 새벽 그렇게 찾아낸 서울 밤하늘의 별은 열다섯 개였다. 그날 밤 뿌우연 서울 하늘에서도 살아남아 빛을 잃지 않았던 별들은 나에겐 밤샘의 길잡이였고 저임금 노동자들에겐 희망의 전달자였다.

* 그날 이후 3차에 걸쳐 최임위 안팎에서 20여 일간 철야농성이 이어졌습니다. 폭우와 땡볕, 장마와 경찰의 탄압을 뚫고 주로 여성노동자들이 농성현장을 지켰습니다. 최임위는 법정 결정기한을 3일이나 넘긴 7월3일 오전6시 반경에야 사용자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2011년 최저임금을 결정했습니다. 5.1% 인상한 시급 4,320원. 여러모로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그날 밤 서울 하늘에서도 죽지 않았던 별 들 만큼의 숨구멍일까요? (일반노협 최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