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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16 12:24
학계, '이건희 초청' 거절한 나훈아를 본받자
 글쓴이 : 프레시안 [없음]
조회 : 42,412  

학계, '이건희 초청' 거절한 나훈아를 본받자

[창비주간논평] "삼성과의 유착 관계, 학계부터 끊어야"

기사입력 2010-06-16 오전 11:01:41

참패로 끝났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강부자' 경제,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악화라는 정책기조가 바뀔지는 의문이다. 촛불시위 때 반성하는 척하더니 끝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이 아닌가.

물론 선거과정에서 연대의 첫걸음을 내디딘 야당세력들이 국민의 에너지를 좀더 결집시킬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 전쟁 반대, 4대강 죽이기 저지, 무상급식 등 복지체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공동전선을 희망해본다.

한숨 돌린 지방선거, 이후가 문제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4대강사업이나 복지 문제에서는 이명박정권보다 더 견고한 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GDP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지출을 담당하는 토건업계가 그 하나고, 부자감세 정책을 추동한 재벌이 그 다른 하나다.

짜증스럽게 터져나오는 사회지도층 관련 비리의 태반도 바로 토건업계나 재벌에 연관된 것이다. 이 두 축이 경제를 주무르고 사회도 주무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재벌은 대개 토건업체를 산하에 거느리고 있으니, 결국 나라가 재벌 손아귀에 들어 있는 꼴이다.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재벌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재벌 중에서도 IMF 사태 이후엔 삼성이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삼성과 어깨를 견주던 현대와 대우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삼성이 핵심고리다.

삼성, 재벌개혁의 핵심고리

삼성의 어두운 모습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통해 꽤 알려졌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총수일가가 세습 독재하는 '황제경영',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정계·관계·법조계·언론계·학계를 돈으로 더럽히는 '오염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황제경영과 오염경영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선진국에선 유사한 문제들이 오랜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압축적 성장을 해온 우리에겐 압축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게 안되면 압축적으로 누적된 문제가 폭발한다.

삼성이 스스로 해결해주면 가장 좋다. 하지만 그동안의 움직임을 보건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혹시 법원이 결단을 내려줄까 했는데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말로는 은퇴한다 하고선 실제론 막후에서 조종하던 총수는 대통령의 사면조치로 이젠 안하무인인 듯싶다.

일각에선 삼성 제품 불매운동을 제안한다. 나이키 사례가 연상된다. 그 해외공장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벌인 불매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품질이 비슷하다면 삼성 제품 대신에 중소기업이나 다른 대기업 제품을 사는 걸 권장할 수 있다. 이런 운동이 활성화되면 삼성 직원들도 삼성 체제의 문제점을 더욱 절실하게 깨달을 수도 있다.

불매운동보다 중요한 것

다만 삼성 제품 불매운동은 불량식품 불매운동 또는 조·중·동 불매운동과는 다르다. 삼성의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만큼, 삼성을 완전히 망가뜨리자는 운동이어서는 곤란하다. 그저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어야 한다.

흔히들 오해하는데 재벌개혁은 '재벌 죽이기'나 '재벌 혼내주기'가 아니다. 재벌은 양면성을 갖고 있어서, 어둠의 화신이지만 경제성장의 견인차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재벌 거듭나게 하기'여야 한다.

삼성이 선진적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불매운동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삼성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정계·관계·법조계·언론계·학계가 깨끗해져야 한다. 이들이 삼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때 삼성도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견제세력이 정신을 차리면 삼성이 제멋대로 할 수 없다. 선진국에도 대기업이 있지만 삼성 같지 않은 것은 이런 견제세력 때문이다. 견제세력이 제 구실을 할 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상호긴장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건강한 견제세력이 존재하려면

정계나 언론계가 당장 삼성에서 완전 독립하기는 힘들다. 정치자금 없으면 선거 치르기 힘들며, 광고 끊기면 기자 월급도 제대로 못 준다. 도덕성의 과도한 요구는 수행자에게나 할 일이다.

하지만 판검사나 학계는 삼성 돈 받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이 제공하는 떡값이나 해외여행 뿌리쳐도 살림살이에 지장 없다. 다만 그 쏠쏠한 재미에 빠지면 끊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떡값 받는 검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검사도 꽤 있다. 학계에선 삼성에 오염되려면 이름이 어느정도는 알려져야 한다. 오염 비율이 낮은 만큼 학계는 삼성의 덫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삼성의 사외이사나 자문교수를 맡고, 삼성의 프로젝트 수행하고, 삼성에서 학회 지원금 받고, 명절에 선물 받고, 해외여행이나 술이나 골프 접대 받는 일 따위 이제부터 끊어버리면 어떤가. 어느 선진국에 이런 행태가 존재하는가.

생산기술 연구 목적으로 삼성의 지원을 받는 경우는 별개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받는 접대는 뇌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스폰서 검사'가 비판받아야 한다면 '스폰서 교수'라고 다를 게 없다.

보수-진보 막론한 끈끈한 유착관계

접대는 자연스런(?) 경로를 통한다. 동창관계를 이용하는 게 일차적이다. 원래부터 알던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삼성 친구가 술 사고 골프 비용 대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하면서 점차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필자가 삼성의 학계 오염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단편적 사례를 통해 보더라도 그 문제점은 심각하다. 우선 필자 자신이 삼성이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몇차례 발언을 했더니, 삼성 임원에게서 입 다무는 조건으로 삼성의 자문교수 자리를 제안받은 바 있다.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접대 방식은 다양하다. 예컨대 o대의 모 교수는 삼성을 약간 건드리는 글을 썼더니 강연 요청이 왔고, 예상액보다 '0'이 하나 더 붙은 강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삼성에 포섭돼 나중에는 삼성의 사외이사까지 지냈다.

모 국책 연구기관 박사는 삼성 비서실 간부의 개인교수 노릇을 하다가 삼성자동차 진출 때 삼성 쪽 입장을 적극 옹호했고 나중에 국회로까지 진출했다. 금융이나 보험 학계에도 삼성의 관리 대상은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보수 쪽 인사만이 아니다. 이른바 진보 쪽도 자기관리가 그다지 철저하지 않다. 물론 접대받더라도 할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오리발 내밀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아예 접대를 안 받는 게 더 낫지 않은가. 삼성과 유착되면 불륜관계로 발전하는 게 통례다.

전경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널리 알려진 진보학자는 외국자본에 대항해야 한다는 허구의 논리로 삼성 체제를 옹호했다. 자기가 주도하는 연구소의 자금을 삼성 비서실의 동창에게서 지원받은 진보 대표선수 같은 교수는 총수의 기만적 은퇴선언이 나오자 멋도 모르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 가수 나훈아 씨. 삼성 총수 앞에서 노래하길 거부한 그는, 대중예술가의 자존심을 지켜낸 상징이 됐다. ⓒ뉴시스


학계의 자존심 회복이 우선

예전에 삼성 총수의 집안 연회에선 가끔 연예인을 불렀다고 한다. 가수는 대개 두세곡 뽑아주면 30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나훈아씨는 이런 초청을 거절했다. "나는 대중예술가다. 공연티켓을 사서 입장한 관객 앞에서만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이런 자존심은 얼마나 멋진가. 학계도 딸깍발이 정신을 조금이라도 되찾자. 생존의 위기에 처했는데도 삼성 사태를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 같은 신문사도 있는데, 생계가 달려 있지 않을 땐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자.

삼성의 총수도 모두가 황제처럼 받드니까 황제지, 황제처럼 모시지 않으면 그도 남들처럼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할 일개 시민일 뿐이다. 우선 학계부터 삼성과의 불륜을 끊고 이런 분위기를 사회로 확산시키자. 그래야 삼성이 황제경영과 오염경영에서 거듭나고 나라도 거듭난다.

(이 글은 "삼성과 학계의 끈끈한 유착을 끊자"라는 제목으로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됐습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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