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라는 골리앗에 맞서온 다윗의 사무실은 그를 닮아 작았다. 얄궂게도 맞은편엔 '삼성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이 휘황하게 서 있었다. 그럼에도 사무실에 모인 노동자들은 잔치 술과 떡을 돌렸다. 5월 13일, 삼성일반노조 사무실 개소식 자리였다. 

 

2003년 노조를 설립한 이래 처음으로 갖는 사무실. 고작 3mx7m 짜리 공간이지만 노동자를 비롯해 교수, 시민 등 300여 명의 후원이 모여 일궈낸 공간이었다. 자리가 모자라 결국 복도에 앉으면서도 사람들의 얼굴은 밝았다. 김성환 위원장은 사무실 개소 과정부터 재정 내역, 책상을 가져다 준 이들까지 세세히 보고했다. 받은 정성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성의였다.

김 위원장에게 개소식 소감을 물었다.

 

하반기부터는 상근활동가로 정애정(전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고 황민웅(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근무했다가 병사)씨의 부인)씨가 함께한다. 그의 월급은 100만 원, 위원장의 월급은 50만 원으로 책정했단다. 김 위원장은 "해고된 지 15년만에 집에 월급을 갖다주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와 함께 조합활동과 생활고를 짊어져왔던 부인 임경옥씨도 미소지었다.  

 

이어 그는 "삼성반도체 뿐 아니라 계열사 노동자들 중에 희귀질병이나 불임 등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많다, 오후 중엔 삼성 노동자들도 몇몇 왔다"며 "옛날처럼 삼성에게 주눅들지만은 않는다는 거다, 삼성이 밟을수록, 현장노동자들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백기완 선생은 "길을 가는데는 이정표가 필요하다"며 "이 작은 공간이 세상을 바꾸는 길잡이가 되기 기대한다"고 축사를 했다. 

 

 

최근 삼성은 개별면담, 전 사원 특별교육 등으로 '무노조 경영 신념화'를 '설파'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사내 뿐 아니라 타 기업 및 노동정책에도 이러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삼성일반노조는 삼성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삼성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려내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아직은 삼성이 뭐가 문젠지 너무 막연하죠. 여전히 '삼성반도체'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호의적이잖아요.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부품처럼 쓰이고 버려지는지 구체적인 현실을 드러내야 합니다. 외국에도 알려야 해요. 삼성은 아시아권 현지 법인들이 있는 곳에서 국내보다 더 극심하게 노동탄압을 하고 있어요. 아시아만 가도 삼성은 특별 혜택을 받잖아요. 그 나라 정부와 결탁한 셈이니 아무도 제어 못 하는 거예요. 국내의 현실을 알리면서 삼성의 실체를 함께 폭로하고 바꿔 나가려 합니다." 

이날 참석한 단병호 전 국회의원은 "삼성의 무노조신화가 깨진다고 그냥 민주노조가 서지는 않는다"며 민주노조 운동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일반노조의 행보가 의미심장한 이유가 그 말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