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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4-15 17:52
삼성반도체 공장 견학가는 기자들에게|
 글쓴이 : 솔내음 [없음]
조회 : 22,766  

지난 3월 31일 삼성에서 일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고인이 된 박지연씨의 사연은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메이저 일간지 지면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 가는 일이 반복되는 데도, 이 사건을 널리 알려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게 하기 위한 노력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데도 기자들은 펜을 들지 않았다.
삼성의 비리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일간지 광고 하나 제대로 싣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리라.


그런데 뜬금없이 삼성전자가 이 건과 관련하여 생산라인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단다.
박지연씨의 죽음을 보도하지 않았던 신문들이 삼성전자가 생산라인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기사는 실었다.
생산라인 공개 소식을 통해 박지연씨의 죽음을 처음 알게 된 독자들은 이제껏 눈과 귀가 가리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기자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 보고 와서 쓸 기사들이 이미 눈에 선하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정공간에서 자동화된 최첨단 생산장비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생산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공장 입구의 사원 편의 시설은 여느 백화점 문화센터 못지 않았고, 조경이 잘 가꿔진 건물과 건물 사이는 마치 대학 캠퍼스 분위기가 났다.”
“사원들은 일부 불순분자들의 근거 없는 모략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나빠 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고, 노조 없이도 동종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 현실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건희의 말을 시라 하고, 삼성의 이익이 곧 국익이라고 하며, 범죄자 이건희를 국익을 위해 사면해야 한다고 했던 게 삼성 광고로 연명하는 기자들이다.

삼성의 부름을 받고 생산라인을 방문하는 기자들에게 한마디 하자.
삼성이 보여 주는 부분 말고, 삼성이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부분을 보고 오시라.
첨단 시설로 가려 놓은 생산라인 뒤쪽의 서비스 공간 (Service Area) 또는 발바닥 아래 Sub Fab 에 내려가서 반도체를 만드는데 사용된 가스와 케미컬이 어떻게 처리 되는 지 확인하시라.
안내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서 부식된 배기라인도 확인하고, 가동이 중단되어도 가스가 바깥으로 배출될 수 밖에 없는 가스처리장치의 맹점도 확인하시라.
공장 옥상에 올라가서 최종 배기구에 코 박고 냄새도 맡아 보고, 폐수 처리 장치를 통해 빠져 나가는 공장 폐수에 손도 한번 담궈 보시라.


그 정도도 못 해 보고 삼성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써라는 대로 쓰고, 말 하라는 대로 말 하면 그건 기자가 아니라, 삼성 홍보 대사, 즉 삼성의 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 삼성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또 다른 노동자의 사연을 읽게 되었다.


회사를 위해 몸 바쳐 돈 벌어 주던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아파하는 데도 ‘우리는 아무 것도 몰라요’ 만 읊고 있는 삼성, 그리고 단속은 커녕 피해자들을 감시하기 바쁜 공무원, 그리고 이 사실에 눈 감은 기자들.
삼성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게 바로 당신들이다.
삼성이고, 광고고, 국익이고 다 떠나서 부디 사람부터 생각하자.
그래야 사람이다.

 

(어제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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