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독재 연재 3부 새 시대를 향해 문제는 정치다 1

경제민주화는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다

헌법119조 2항에서 보장하는 경제 민주화 조항을 지키면 된다

국민주권에 입각한 국가권력이 사회적 가치와 합법적 범위를 벗어난

삼성권력을 처벌하면 될 일이다

삼성의 총수 일가가 자신의 소유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탈법•불법 행위를 저지르므로 문제의 핵심인 총수 일가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과 얽히고 설켜 그 처벌을 미루는 국가권력에 있다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는 정치의 문제다

경제 민주화 논쟁

비정상적 시장경제의 정상화

삼성 해체 또는 재벌 해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벌 해체는 먼저 재벌이 총수 일가의 기형적인 지배로부터 벗어나 기업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정상적 기업이 시장 경제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기업가 정신을 지닌 전문 경영인이 경영 혁신을 하도록 이끌려는 것이다. 

재벌 해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성장을 막는 것도 아니며, 기업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이며,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의 성과가 골고루 분배되는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경제 민주화라는 자본독재 시대의 민주화 과제와 직결된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기업 활동에 대한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다. 물론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은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그러나 기업 활동의 자유가 약자의 이익과 기본권을 무시하거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침해해 민주주의와 충돌할 때는 국가와 사회가 기업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 민주화는 시장경제를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지도하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우선 고도성장의 향수에서 벗어나 분배와 고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시장경제의 생산물이 사회 구성원의 몫으로 고르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재벌만 성장하는 고도성장은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고용 없는 성장은 노동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벌이 왜곡시킨 시장경제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다.

다음으로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활동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해야 한다. 의료, 교육, 주택 등 3대 공공 분야를 국가가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국민 지출을 최소화하기만 해도 국민의 살림살이는 한결 나아진다.

3대 공공 분야에 대한 가계 지출이 이미 가계의 가장 큰 부담인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 분야마저 기업 이윤 추구의 장으로 내어주는 일은 어떤 형식으로든 제한해야 한다.

시장 경제의 민주적 조정은 사회주의 정책도 아니고 좌파적 상상력의 발현도 아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사회적 공공성 안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미 유럽뿐만 아니라 일부 선진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상식으로 통한다. 

삼성해체, 재벌 해체는 상식을 회복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를 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재벌 개혁과 사회적 타협 논쟁

기존의 경제 민주화 논쟁도 같은 맥락에서 한계가 있다. 기존의 경제 민주화 논의는 재벌 개혁론으로 대표되고 여기에 사회적 타협론이 가세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종의 개혁 모델 논쟁이기도 하다.

 재벌 개혁론은 경제적 모델이고 사회적 타협론은 사회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논쟁 역시 정치가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재벌 개혁론은 정부와 재벌의 정경유착, 그 결과 나타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경제 질서 왜곡 그리고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통한 사적 이익 편취에서 문제점을 찾는다. 

정치자금법을 통해 정경유착을 제한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재벌개혁은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을 통해 재벌의 소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그 모든 제도들은 각종 유예 및 예외 조치를 남발해서 사실상 무력했다.

기존의 재벌 개혁론은 정치적•사회적 권력으로서의 재벌 문제를 빠뜨렸다. 

재벌 개혁론의 핵심 문제는 개혁 정책 강도가 미흡해서라기보다는 그 미흡한 정책조차도 강제하지 못한 점이다. 삼성 권력은 단순히 제도적•정책적 방법의 제시로 해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삼성‘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 정책도 관철하기 어렵다. 삼성의 정치적 실천을 직시하지 않으면 지벌 개혁은 공수표가 되기 쉽다. 정치인들로 하여금 ‘또 재벌 개혁’이라는 상투적인 선거 공약만 남발하게 할 뿐이다.

많은 개혁 성향의 정치인이 경제적 차원에서의 재벌 개혁안을 매력적인 선거 공약으로 반복적으로 제시했지만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에게 쉽게 역공을 허용한 탓이었다. 보수정치세력이 주장하는 개혁 비판론의 핵심은 재벌 개혁 시도가 오히려 경제성장을 악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개혁정부가 재벌 개혁을 시도하면 선거에서 패배한 보수정치세력은 그 재벌 개혁을 문제 삼고 경제성장을 내세워 새롭게 결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