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독재 연재 2부 이건희 시대 삼성재벌총수의 권력.구조조정본부 2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구조조정본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조직이다. 

삼성그룹 주식 중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불과 1%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분명 현란한 마술이었고 구조조정본부는 마술사였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현란한 마술의 이면을 알 수 있다.

삼성재벌 특유의 순환 출자 구조를 눈여겨봐야 한다. 

주식 지분이 적더라도 특정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그 계열사의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연계 고리를 만들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기업은 삼성에버랜드다. 

삼성에버랜드는 결코 단순한 ‘놀이동산’이 아니다. 

삼성에버랜드의 실체는 부동산 사업을 주로 하는 총수 일가의 가족 회사이자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 고리이다. 삼성 총수 일가는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으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삼성 총수 일가->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순환 출자 구조를 중심으로 삼성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삼성에버랜드를 핵으로 하는 순환 출자 구조는 그 밖의 다양한 계열사와 상호간 주식 소유라는 형식으로 복잡하게 얽힌다. 이를테면 삼성생명은 삼성코닝,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삼성화재의 지분을 소유하고, 삼성전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서울통신기술, 삼성코닝, 호텔신라, 삼성SDS, 제일기획, 삼성중공업, 삼성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의 지분을 소유한다. 

이렇게 서로 복잡하게 얽힌 삼성 계열사의 주식 소유를 통해 총수 일가는 지배력을 확장했다. 삼성의 순환 출자 구조는 삼성 세상을 개척해나가는 기틀이었던 셈이다.

1990년대 중반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비서실은 순환 출자에 기초한 재벌 소유 구조를 활용해 경영권 세습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구조조정본부가 작성한 ‘JY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에 따르면 이재용의 재산 형성 및 경영권 세습 과정에 비서실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을 알 수 있다.

삼성그룹의 세습은 1995년, 이건희가 개인 돈 약 61억 원을 이재용에게 증여하면서 시작된다. 이재용은 증여세로 겨우 16억 원을 납부했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 원이 넘는 과세 대상부터는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할증률이 더 부가되어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은 16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공공연한 탈세가 이루어진 것도 놀라운 일이었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천문학적인 자산 가치를 자랑하는 삼성 경영권 세습이 ‘단 돈’ 16억 원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이재용은 비서실을 움직여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돈으로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먼저 1995년, 비상장 기업이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매입했다. 그리고 상장한 뒤 되파는 방법으로 457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또한 제일기획 주식을 매입, 매각하면서 182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보았다. 이 과정을 거처 확보한 자금을 이재용은 삼성에버랜드에 투자했다.

1996년, 삼성에버랜드는 99억여 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의 전환가격에 발행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있는 사채다. 전환사채를 소유한 사람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그 회사의 주주가 된다. 사채권자가 이자를 받아 재산을 늘리는 것과 달리, 주주가 되면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더욱이 그 회사의 주인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에버랜드가 실거래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비싸게 발행하기는커녕 시중가보다 더 싼 가격에 발행함으로써 회사의 수익을 스스로 훼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삼성에버랜드의 주주 겸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가운데 그 누구도 헐값으로 나온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한 일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하고, 주주 계열사들은 왜 시세 차익이 보장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했을까? 누가 전환사채를 매입했는지를 살펴보면 그 답이 분명하다. 전체 전환사채 발행 물량 중 97%를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가져갔으면, 이재용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단숨에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가 되어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삼성에버랜드를 완전히 장악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할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로써 전환사채 헐값 발행의 목적이 애당초 경영권 세습에 있었음이 명백해졌다. 오로지 이재용을 위한 전환사채 발행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들러리에 불과했다.

삼성 계열사는 총수를 위해 존재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사채를 발행해 자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삼성에버랜드 주주라면 경영진의 이 어리석은 행동을 눈감아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총수 일가가 소유한 가족 회사였기 때문에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주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총수 일가가 소유한 가족 회사였기 때문에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주는 별로 없었다. 그래도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은 범죄(배임죄)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삼성 특검은 이건희를 비롯해 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의 공모 관계를 문제 삼아 배임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2009년 대법원은 끝내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의 주주 가운데 하나인 제일모직은 달랐다.

제일모직은 상장사였고 주주들이 엄연히 눈을 부릅뜨고 살아 있었다. 2006년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이건희 회장 등 제일모직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포기로 손해를 입었다며 137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삼성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 배임에 해당한다” 라며 제일모직에 13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의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친 배임이 인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이미 이재용이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한 뒤의 일이었다.

이제 삼성에버랜드를 배경 삼아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사들이며 그룹 전체를 장악할 일만 남았다. 이재용은 순환 출자 고리를 이용해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전⦁현직 고위 임원들이 자신들 명의의 주식을 모두 모아 헐값으로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눈물겨운 충성심 덕분에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한 이재용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손쉽게 삼성생명의 지분을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삼성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 모든 일의 핵심에 구조조정본부가 있었다. 

영권 세습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사조직이자 행동 조직이었다.

구조조정본부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바람에 따라 업무를 조정하고 경영권 세습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사조직이자 행동 조직이었다.삼성 총수 일가의 소유 지배 구조의 안정적 운영과 성공적인 경영권 세습이 구조조정본부의 지상 과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