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노조설립 무산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이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SDI 노조 건설 추진위가 제작한 노조 깃발.<삼성일반노조>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SDI 천안공장의 노조 설립이 무산되면서 책임공방이 오가고 있다. 사측의 조직적 방해 및 집행부 회유설이 제기되는 반면,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 고용노동부에 삼성SDI를 부당노동행위 건으로 고소했다”며 “1차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고 말했다.

◇ 무산된 노조 창립총회, 사측 개입?

김 위원장에 따르면 삼성SDI 직원 중 일부는 올해 3월 노동조합 건립을 위한 추진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들은 위원장, 부위원장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을 내정하고, 지난 9월 11일 삼성본관 정문 앞에서 창립총회를 열기로 했다.

창립총회는 노조 설립을 위한 필요절차로, 노조 구성원들이 출석해 규약제정 및 임원을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창립총회는 노조집행부 후보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사측의 조직적 개입으로 인한 노조 집행부 후보들의 매수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그는 “노조설립은 비밀리에 진행됐지만, 9월 들어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2일엔 부위원장 후보에게, 10일엔 사무국장 후보에게 해외 출장을 종용했고, 7일 경엔 삼성SDI 본사 임원이 SDI울산 공장에 방문해 근로자들이 창립총회 예정일인 11일 휴가를 냈는지 점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김 위원장은 “위원장 후보가 창립총회 2~3일 전에 부위원장 후보의 부인이 병이 중해서 응급실로 실려갔다며 창립총회를 못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알아본 결과 오래전부터 암 투병을 하신 분으로, 응급실이 아니라 일상적인 병실 입원이었다”고 말했다.

그간 ▲사측이 위원장 후보를 비롯해 노조 집행부에게 집요하게 접근을 시도했고 ▲근로자들의 동태를 감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회 무산도 사측의 개입이 의심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 A씨 “회유 없었다. 김 위원장 너무 강압적”

반면 위원장 후보인 A씨는 “저도 강경파다 회유가 있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부위원장 후보가 집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창립총회를) 연기하려 했지만, 김 위원장이 너무 강압적으로 (창립총회를) 진행하려 했다”며 “살아가면서 회사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먼저다.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창립총회를)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너무 일방적으로 우리를 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그건 아니라는 생각에 (총회를 불참하게) 됐다. 사측으로부터 뭔가를 받았거나 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 측은 “아직 노동부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고발장이 오면 검토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장민제 기자  jmj83501@sisaweek.com